이미 품었던 K-방산, 논산은 왜 끝내 지켜내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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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품었던 K-방산, 논산은 왜 끝내 지켜내지 못했나

공작새 1 14 12.17 21:15
이미 품었던 K-방산, 논산은 왜 끝내 지켜내지 못했나
김흥준 기자2025. 12. 17.

반대 시위·정치권 압박 속 기업 떠나자 시민들 허탈과 분노 사라진 건 투자처가 아니라 논산의 미래다

[충청투데이 김흥준 기자] 논산시가 국방군수산업도시 조성의 출발점으로 유치했던 KDI(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가 결국 경북 영주를 최종 선택하면서, 지역사회 전반에 깊은 실망과 분노가 번지고 있다. 이미 논산에 들어와 사업을 추진하던 기업이 일부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와 정치적 압박을 더 이상 감내하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논산시는 관련 법과 절차에 따라 기업 정착을 지원하며 사업을 이어가려 했지만, 문제는 행정의 범위를 넘어선 곳에서 불거졌다. 일부 반대 주민들은 KDI를 '위험천만한 시설'로 규정하며 연일 논산시청 정문 앞에서 확성기를 동원한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시위의 화살은 백성현 시장을 직접 겨냥했고, 단순한 정책 반대를 넘어 특정 정치적 의도가 담긴 공세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지역사회에서 제기됐다.

시위는 점차 수위를 높였다. 시청 사무실로 난입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를 제지하던 공무원이 폭행을 당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 정도면 의견 표명이 아니라 시정을 마비시키는 행위"라는 비판과 함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도시의 미래를 인질로 삼은 것 아니냐"는 냉소 섞인 반응도 뒤따랐다.

여기에 정치권의 압박이 더해지면서 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장기화됐다. 투자 일정은 번번이 지연됐고,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결국 기업은 더 이상 논산에서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적극적인 행정 지원과 지역 수용성을 내세운 영주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영주시는 KDI와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약 37만 평에 달하는 대규모 부지에 수천억 원 규모의 방위산업 제조시설을 조성하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단일 제조업 투자로는 지역 역사상 최대 규모로 평가되며, 수백 명의 상시 고용과 대규모 생산 유발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논산에서 좌초된 사업이 영주에서는 '역대급 투자'로 구체화되자, 지역 간 대비는 더욱 선명해졌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논산 시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이미 유치한 기업조차 지켜내지 못한 도시가 됐다", "반대를 주도한 사람들과 정치권은 지금 무엇을 말하고 있느냐"는 분노 섞인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방위산업에 대한 찬반을 떠나, 불법과 폭력, 정치적 계산이 지역의 기회를 밀어냈다는 데 대한 허탈감이 크다.

특히 청년층과 자영업자들의 실망은 깊다. 수백 개의 일자리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했던 이들은 "떠난 것은 사업장이 아니라 논산의 미래 가능성"이라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결정이 개인의 삶과 지역의 내일에 남긴 상처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사안은 국방군수산업도시 전략의 방향성 문제라기보다, 일부 반대와 정치적 압박이 장기화될 경우 현장에서 전략이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드러낸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의 의지와 절차가 존재하더라도, 이를 둘러싼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는 평가다.

결국 이번 사태는 논산시 행정의 성패를 넘어, 지역 공동체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을 남긴다. 합법적 절차를 거쳐 유치한 기업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앞으로 어떤 기업이 논산을 투자지로 선택하겠느냐는 것이다. 정책 반대를 넘어선 과격한 행동과 정치적 압박이 지역 전체에 어떤 대가를 남겼는지에 대한 냉정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흥준 기자 khj50096@cctoday.co.kr

Comments

공작새 12.17 21:19
차려진 밥상을 걷어 차버린, 이상한 동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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