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심으로는 1위라 ''주변 국가 도움을 안 받던 미국이'


자부심으로는 1위라 ''주변 국가 도움을 안 받던 미국이'' 한국에게 제발 달라는 이 기술
2025. 12. 13.
미국 군함이 거제까지 온 진짜 이유
세계 최강이라 자부해 온 미국 해군이 한국 조선소 정박지를 찾는 일이 현실이 됐다. 미 해군의 핵심 군수지원함이 거제 한화오션 조선소로 들어온 장면은 한미 동맹의 상징적 장면을 넘어, 미국 해군력의 구조적 고민을 그대로 드러냈다. 겉으로는 “훈련과 정비를 위한 입항”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 배경에는 미국 내 조선·수리 체계의 한계와 병목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미국 해군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수리·정비 대기 시간이다. 미 해군 함정 상당수는 퇴역이 아니라 ‘수리 대기’ 상태로 항구에 묶여 있다. 수리 순서를 기다리는 기간만 1년 이상, 실제 정비에 들어가면 다시 1년 가까이 소요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설계상으로는 전력에 포함돼야 할 군함들이 실전 배치에서 빠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과의 해상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이 스스로의 손발을 묶는 꼴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 해군이 선택한 해법이 한국 조선소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미군 군수지원함이 한화오션에 입항한 것은 단지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태평양 전력 유지 방정식에서 한국 조선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이 자존심을 내려놓고 “도와달라”고 찾아온 대상이 한국 조선업이라는 점은, 양국 간 기술 신뢰 수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년 걸릴 일을 3~4개월에 끝내는 속도 차이
미국이 한국을 찾은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속도’다. 미 해군 내부에서도 “미국에서 1년에 걸쳐 겨우 끝낼 수리·정비를 한국에서는 3~4개월 만에 끝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리 도크에 들어간 군함은 엔진·추진계, 전기·전자 시스템, 선체 구조, 무장 관련 장비까지 광범위한 점검과 교체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를 동시에 처리하려면 고숙련 인력과 대형 설비, 체계화된 공정 관리가 갖춰져야 한다.
한국 조선소는 이미 수십 년 동안 상선·탱커·컨테이너선·LNG선은 물론, 잠수함과 구축함, 상륙함 같은 군함까지 대량 건조하면서 축적한 공정 관리 능력을 갖고 있다. 어떤 부품을 언제 들어내고, 어떤 순서로 개조와 재설치를 진행하면 최소 시간에 최대 효율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노하우’가 현장에 쌓여 있다. 이 노하우가 적용되면 동일한 설비와 인력으로도 수리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한화오션이 맡은 미 해군 지원함 수리는 이런 한국식 효율이 미 해군 정비 체계와 만난 첫 사례 가운데 하나다. 미 측이 예상한 기간보다 훨씬 빠른 시점에, 요구한 수준 이상의 정비 결과물을 받은 뒤 “기적”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는 평가가 전해진다. 이는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 미국이 현재 겪는 수리 지연 문제의 심각성과 한국 조선소의 시간 단축 효과를 동시에 보여주는 표현으로 읽힌다.
인력·시설에 막힌 미국, 풀려 있는 한국의 공정
미국 내 조선·정비 능력이 병목에 걸린 이유는 단순히 기술 부족 때문이 아니다. 군함 수리·정비는 높은 보안 수준과 전문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민간 상선 수리와 달리 인력 양성이 쉽지 않다. 냉전 이후 군축 기조가 이어지는 동안 미국은 민간 조선업 기반도 크게 줄어들었고, 그 여파가 군수 지원 능력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일감은 급격히 늘어났지만 이를 처리할 인력과 설비는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구조다.
반면 한국은 상선과 군함을 동시에 다루는 조선소를 다수 운영하며, 설계·건조·개조·수리를 통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 왔다. 경기 변동과 업황 침체 속에서도 인력 유지와 기술 계승을 위해 노력해 온 결과, 글로벌 수주 경쟁이 다시 치열해진 지금 인력·설비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여유를 확보한 상태다. 미국이 함정 수리를 맡길 수 있는 신뢰할 만한 해외 파트너를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 조선소가 유력 후보로 떠오른 배경이다.
특히 거제·울산·목포 등지의 대형 조선소는 군함과 상선, 특수선까지 다양한 선종을 아우르며 작업 경험을 축적해 왔다. 선체 구조 분석과 손상 평가, 추진계통 개조, 전자·전기 장비 업그레이드 등 군함 수리 핵심 공정 대부분을 자체 수행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이 일부 장비와 시스템을 제공하면, 한국이 공정 전체를 책임지는 방식으로 협력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미국 입항 전력이 아시아 해역에서 수리와 개조를 동시에 받고 돌아가는 체계가 현실적인 옵션이 되고 있다.
태평양·인도·대양 전략에 스며든 한국의 조선 기술
미국이 한국 조선소에 기대는 문제는 더 이상 개별 함정 수리를 넘어, 태평양과 인도·대양에서의 해군력 유지 전략과 직결되는 사안이 되고 있다. 중국이 항모 전단과 대형 구축함, 상륙함을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서태평양에서의 존재감을 키우는 동안, 미국은 동시다발적인 전개와 회전 배치를 위해 더 많은 함정을 ‘돌릴 수 있는’ 정비 인프라가 필요해졌다. 수리 대기 때문에 부두에 묶여 있는 함정이 늘어날수록, 실전에서 움직일 수 있는 전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때 한국 조선소는 미국 함정의 ‘전방 정비 기지’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서태평양과 인도양을 오가는 미 해군 함정이 한국에 들러 정비·개조를 거친 뒤 다시 전개되는 패턴이 자리 잡으면, 미국의 글로벌 운용 효율은 크게 높아진다. 한국 조선소 입장에서는 단순한 수리 물량 이상의 의미를 갖는 장기 협력이 되는 셈이고, 미국 입장에서는 아시아 동맹국 가운데 조선·정비 분야에서 실질적인 안보 파트너를 확보하는 결과가 된다.
실제 미국 내에서는 태평양 해역 운용 함정의 일정 비율을 한국·일본·싱가포르 등 동맹국 정비 거점과 연계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 가운데 건조·수리·개조를 통합적으로 맡길 수 있는 곳은 한국이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대규모 도크와 고숙련 인력, 전자·기계 해체와 재설치를 동시에 처리하는 능력을 모두 갖춘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략 문서 언어로 표현하면, 한국 조선소는 사실상 ‘태평양 해군력의 유지·보수 허브’ 역할을 떠맡을 잠재력을 가진 셈이다.
수 조에서 20조 규모까지 거론되는 장기 협력 구도
이 같은 구조 변화는 한국 조선업에 상당한 경제적 기회로 이어지고 있다. 단발성 수리 계약을 넘어, 미 해군과의 장기 군수지원 프로그램이 본격화될 경우 수조 원에서 최대 20조 원 규모까지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함정 수리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반복 계약과 업그레이드, 중간·대형 개장을 포함하는 장기 비즈니스다. 특히 미 해군의 경우 한 번 신뢰를 쌓은 업체와는 안정적인 관계를 지속하는 특성이 강하다.
한국 조선소가 미 해군 수리·정비를 담당하게 되면, 단순 매출을 넘어 기술·인력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발생한다. 최신 미국 군함의 설계 트렌드와 장비 구조를 직접 경험하면서, 한국 조선업계는 자체 군함 설계와 건조에 참고할 수 있는 실무 경험을 축적하게 된다. 이는 향후 한국 해군 함정의 성능 개선과 수출형 군함 설계에도 반영될 수 있는 자산이다. 미국과의 협력이 한국 방산·조선 기술 생태계를 한층 더 정교하게 만드는 순환 구조를 낳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동시에, 한국이 미국 해군력 유지에 필수적인 파트너로 자리 잡을 경우 외교·안보 협력에서 발언권도 자연스럽게 커진다. 단순히 무기를 사오는 ‘구매자’가 아니라, 미 해군의 작전 지속에 기여하는 ‘운용 파트너’로 위상이 전환되는 셈이다. 이는 한미 동맹이 군수와 산업, 기술 차원에서 더 깊이 얽히는 결과를 가져오고, 중국과의 해상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한국의 전략적 가치도 더 높게 평가되는 구조를 만들게 된다.
조선 기술을 대한민국 안보 자산으로 키우자
자부심으로는 세계 1위라던 미국이 주변 국가 도움을 거의 구하지 않던 군수 정비 영역에서, 한국 조선 기술에 “제발 맡겨 달라”는 수준의 신뢰를 보내고 있는 현실은 상징적이다. 미 해군이 거제와 한국 조선소를 찾는 장면은 한국 조선업이 단순한 상선 건조 강국을 넘어, 태평양 해군력 유지에 기여하는 실질적인 안보 파트너로 위상이 올라섰다는 의미다. 눈앞의 수주 성과에 그치지 않고, 이런 기술력과 경험을 대한민국 자체 해군력과 동맹 협력의 토대로 삼아 조선 기술을 대한민국 안보 자산으로 더욱 단단히 키우자.